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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고 있었기에 그런지 몰라도, 의무실의 불빛이 유난히 눈을 찌르듯 밝다.또 무슨 꿈인지는기억도 안 나는 주제에, 지독한 피비린내가 온 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에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애써 참으며, 수야는 눈앞의 하휘안을 보고 웃어 보였다.“아… 너냐. 흐읍.”“끄응….”하휘안이 눈을 뜬 수야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수야에게 다시 매달렸다.그런 하휘안이 무겁지도 않은지, 수야는 그저 픽 웃으며 하휘안의 등을 도닥인다.“여긴 어디야?”“의무실.”“나 주정부리다가 쓰러진 건가?”“……끙?”“나 어떻게 됐어?”“어랍쇼,기억 안 나? 귀염둥이.”수야의 물음에, 옆에서 고개를 빠꼼히 내밀며 인사하는 진무하가 보였다.하휘안이 수야 옆에서 꺼지라는 듯 노려봤지만, 여전히 아랑곳 않는 무적의 마이페이스다.싱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진무하를 바라보며, 수야가 당황해서 눈을 크게 떴다.“서, 선배는 여기 웬 일로…?”“크르르르릉….”“아아, 경기 다 끝났거든. 중간에 왕들끼리 치고 박느라고 얼결에 종료되어버렸네. 거 참.”“왕들끼리… 치고 박아요?”“그래. 한심하게도 말이지. 나중에 ‘호’가 와서 검을 꽂아 놓은 뒤에야 좀 진정했다니까. 그건 그렇고, 이문제에는 귀염둥이 너도 책임이 있어!”“예?”진무하가 말하자, 수야는 어리둥절해서 눈을 굴렸다.“귀염둥이가 검을 들자마자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색기를 뿌리면서 죽이지만 않았어도.”“색기…요?”“어라, 정말 기억 못하나 보네? 하긴, 경기 끝나고 바로 쓰러졌다더니… 흠.설명하자면, 경기장에서 2분 만에 적을 제압한 귀염둥이 군은, 승리가 확정되었으니 상대를 의무실에 옮겨야겠다는 이 몸의 말을 가뿐하게 무시하고는 상대를 죽여 버렸고. 그러면서페로몬을 잔뜩 뿌리며 사라져 버려서, ‘연’이 발정하고, ‘제’는 또 그걸 타박하다가 둘이 싸움 붙고, 둘 말리다가 나도 결국 이성을 잃고, 나중에는 ‘호’와 ‘소’가 끼어들어왕 다섯이 난리 쳐서야 간신히 뜯어 말렸다는 이야기지. 정말, 망신이라니까.” “하하,뭔가 그 이야기 묘하게 납득이 가는군요.”“그렇지? 진짜라니까. 후우. 다들 애들 같아서,원.”“… 그러는 선배도 싸우지 않았습니까.”수야가 한숨을 내쉬며 묻자, 진무하가 눈치챘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푸하핫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사람 좋게 말했다.“그러니까 ‘다들’이라고 했잖아, 푸하핫. 그럼, 몸조리 잘 하고. 나는 나름대로 귀염둥이가 걱정 되어서와 본거니까. 그리고 , 앞으로는 색기 좀 자제해 줘.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짓했다가는 왕들의 위엄이 다 무너져버리겠어.” “별로, 색기 따위 흩뿌린 기억 없습니다만.”“기억 없다고 회피해버리다니, 비겁해. 덕분에 판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단 말이지. 그럼, 몸조리 잘 하고! 오늘 밤에 암시장하고 경매 구경 좀 해 보던가. 카지노도 있고. 노예 시장 한 번 열린단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대망의 술래잡기니까, 정말로 조심해야 할 거야.”“닥쳐. 내가 지켜. 꺼져.”진무하의 말에 하휘안이 이를 드러내며 음산하게 중얼거렸다.기세로 보니 정말로 사람 하나 죽일 것 같다.“하휘안 자기이, 그 과민반응 좀 어떻게 해보라니까. 정말로 장난치고 싶어진대도. 그럼, 다음에 봐!”진무하가 싱긋 웃으며 사라지자, 하휘안이 불만스럽게 목을 울렸다.그러더니, 수야를 보며 묻는다.“… 수야, 검을 잡은거지?”“뭐?”“검을 잡으면 이성이 날아간다고 했잖아. 사람도 죽인다고 했고.”“… 쯧.쓸데없이 기억력은 좋아서.”“기억도 안 나는 거야? 아니면 오늘만이야?”“몰라, 인마.뭘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냐. 그냥 대충대충 살자.”난감해진 수야가 대답을 회피하자, 하휘안이 못마땅한 듯 수야의 목을 깨문다.그러자 수야가 얕게 신음을 죽이며 하휘안을 거세게 밀어냈다.“아, 떨어져!! 이젠 네 엉큼한 속셈을 다 알았다고!!”“끄응?”“그렇게 천진난만한 눈동자 해도 소용없어, 이 음험한 놈. 떨어져!! 난 호모는 질색이라고 했지!!”“…크흥.”하휘안이 어쩔수 없이 아깝다는 듯 수야를 놓자, 수야의 얼굴이 더 구겨졌다.그냥떠 봤는데, 정말 그런 거였나. 도대체 순한 강아지의 얼굴을 하고 어디까지 생각을 했던 거란 말인가.여태까지 이 놈의 음흉한 속셈을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하휘안을 오냐오냐하고 모두받아주기만 한 수야는, 그 순간 오싹하고 소름이 돋음을 느꼈다.“진짜였냐? … 아, 너앞으로 내 전방 1m 둘레로 접근 금지야.”“싫어.”“뭐야?!”“싫어.”하휘안은 그 말과함께 다시 수야를 거세게 끌어안는다.그리고는 수야의 얼굴에 대고 자신의 뺨을 비빈다.“놓으라니까!!”수야가 긴장해서 움츠러드는 것을 애써 참으며 외쳤지만, 하휘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굴로 자신을 떠날 것이다.어미를 죽인 것만으로도 저렇게 비틀대는 녀석인데, 아비까지 죽이고나면 오죽할까.힘든 건, 이것으로 충분할 텐데도, 왜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 해매는 걸까.복잡한 걸 싫어하고 도덕에 민감하지 않은데다가 민감하지 않은 편인 하휘안으로서는 이해할 수없었지만, 어찌되었든 수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그리고또, 자기는 더럽다고 울 건가.”울면서, 더욱 깊은 자기혐오 속으로 빠지게 될까.“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아.”수야는, 자신이 지킬 것이다.수야에게는 누구보다도 더 다정하게, 사랑해 줄 자신이 있다.수야를 상처 주는 그 누구라도 가만두지 않을 테지만, 수야 스스로 상처를 주고 상처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 아예 차단해 버리리라.“미안, 수야. 정말…미안해.”하휘안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너에게는, 중요한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도.네가 아파하는 건, 보기 싫어.수야가 듣는다면 분명 펄펄 뛰겠지만, 애초부터 자신은 수야가왕이 되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막는다면 분명 수야는 하휘안마저 밀어내고어떻게 해서든 왕을 죽일 것이다.그러니까.“그렇지만, 황제는 죽을 거야. 내가… 죽일 테니까.”절대로 수야가 다시 한 번 울 일이 없도록.나쁜 것은 자신이 되어서라도, 수야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그러기 위해서, 자신은 또 다시 개의 탈을 뒤집어쓰고 수야의 옆에서가르릉 거리겠지.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처럼, 순하게, 무지하게.어느 것 하나 능숙하지 않고어색하기 그지없는, 인간 흉내를 내는 강아지처럼.분명히 남자로 수야를 원하고 있는데, 수야는 마냥 강아지처럼 자신의 옆을 맴도는 하휘안에게 방심해서 틈을 내주었다.그러면서도, 또무방비하게 하휘안이 진짜 강아지가 아니라는 것을 잊어버린다.샴푸로 머리를 감을 때, 수야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로 아픈 척을 하는 녀석이 아니라, 정말로 무방비해서 아무것도몰라서, 샴푸가 눈에 들어가 끙끙거리는 강아지라고 생각한다.수야의 행적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수야의 체취를 맡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애교를 피우고 정을 표현하느라 수야의 목에 코를묻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지도.“하지만, 그게 더 나아.”수야가 눈치 채지 못하는 편이,일이 더 쉬울 테니까.물론 수야를 좋아하는 것도, 수야를 아끼는 것도 진심이지만, 처음부터수야에게 겁을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자신의 본성을 누르고 순한 강아지처럼 굴었던 덕분에,수야는 자신이 이 학원의 짐승, 난진 찬 하휘안이라는 걸 거의 잊고 있었다.하휘안은 수야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낭강오와 맞먹을 정도로 무감정하다는 걸,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하휘안의 목에 목줄을 맨 수야 본인은 모르겠지.오죽하면 1년동안 주구장창 쫓아다니던 진무하가'자기가 간식 좋아하는 것도 처음 알았어'라고 수야를 데리고 온 첫 날 말을 했을까.확실히 무지하지만, 학습능력은 빠르고, 수야에게는 더없이 약하지만, 다른 것에게는 절대로 약하지 않다는 걸, 그의 수야는 몰랐다.“수야…. 정말, 좋아해.”진심으로, 지켜주고 싶어.그러니까,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날 너무 미워하지 말아 줘.문 밖에서 하휘안이,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창 밖에서,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광수야 학교가자광수의 1-2살 버전은 제 뜰에 있습니다.52수야가 훈련을 마치고 경기장으로 향하자, 마침 대기를 하고 있던건지 둘러앉은 왕들이 보이고, 차를 마시고 있던 진무하가 싱긋 웃으며 수야를 반겼다.“여어~ 귀염둥이! 안녕?”“안녕하세요.”수야가 인사를 하자, 옆에 있던 지왕과 비광조가 고개를끄덕인다.“그래.”“왔어? 크흐흐흐…”“…아아.”수야가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앉으라는듯 진무하가 웃으며 옆자리를 비워주더니 팡팡 친다.수야가 앉자, 수야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는다.“이야아~ 놀랐는데? 정말 최 결승전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어, 귀염둥이. 검을 잘쓰더라? 이번에도 검을 쓸 생각이야?”“… 그러려고요.”수야는 진무하를 한 번 흘끔 본 후에 중얼거렸다.당연히 죽여야 할 텐데, 우습게도…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죽일 수 없을 것같다.하지만 어차피 눈을 뜨면 결국 마주하게 될 현실인데도.“꽤나 무섭게 쓰던데, 하휘안자기한테도 휘두를 수 있을지. 휘유우~ 뭐, 하휘안 자기는 귀염둥이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항복을 하고도 남을 성격이지만.”“하하….”수야는 낮게 웃었다.글쎄, 어떻게 될지,자신은 모른다.검을 잡으면, 기억 따위 사라지니까.수야는 쓰게 웃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돌렸다.“그나저나, 진무하 선배. 묻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만…”“응? 뭐든지 물어봐, 귀염둥이~”“노예 시장에서 곧 죽을 것처럼 붙들려가더니, 의외로 멀쩡하게 돌아오셨군요.”“아… 그, 그거? 아하하하하… 그건, 좀… 벼, 별건 아니었어~”“듣고 싶습니다만.”내심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화제를 흘린 진무하를 골려주고자 작정을 한 수야가 진무하의 두 눈을 빤히 응시하며 말하자, 진무하가 난처한 듯 하하하, 하고 웃음을 흘리더니 머리

















하휘안은 경외의 대상이 되었고, 처음으로 스스로 연합을 선포한 것도 아닌데 밑에서 이녀석을 따르겠다고 밑의 녀석들이 찬 연합이라는 걸 만든 거야.”“에? 그럼 이 녀석도,왕이라는 말씀인가요?”수야는 새로운 정보에 눈을 크게 떴다.그러자, 2학년은 싱긋 웃으며말했다.“한 때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리고 자신은 나몰라라 해서 알지는 모르겠지만,왕이었어. 그런데 연합은 왕이 보살펴주지 않으면 유명무실이야. 헌데 자신의 연합이 깨지든이기든 아무런 상관도 안하고, 존재조차 살피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다 못해, 자신을 쫓아다니는 추종자들을 귀찮다고 죽여 버리니 그 연합이 유지가 됐겠니? 결국 다섯 달 만에모두 자진 해산. 그런 녀석들은 무소속에 들어간 녀석도 있고, 다른 연합에 들어간 녀석도있어서, 모르긴 몰라도 무소속에 난진 찬 하휘안의 추종자들이 꽤 있을 걸?”“하아. 그런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겁니까?”“그래놓고 이번 도박 경기에 나온다고 해서 애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지. 거기다가, 그런 난진 찬 하휘안을 길들인 녀석이 나왔다고 해서 너도 꽤화제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생판 처음 보는 남이 ‘네가 노진 후 수야지?’하면서달려드는 데는 이제 이골이 났어요.”수야는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자 2학년은 픽 웃더니 C 기숙사동의 어느 방 앞에서 섰다.“화인님, 그 1학년데려왔어요.”“… 알았다, 어서 들어오려무나.”문을 열자, 여느 때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화인이 보였다.늘 여유로운 평소답지 않게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들떠 보이는 화인은, 옷차림도 평소와는 달랐다.평소에는 늘 차이니즈 드레스였지만, 이번에는 우아한 이브닝드레스 같은 붉은 색의 쉬폰 드레스 차림이다.그리고 늘 물고 있던 곰방대가 아니라 예쁜 부채하나를 들고 있었다.대부분은 정갈하게 땋아서 틀어 올린 머리였는데, 오늘은 풀어 내린 머리카락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이는 화장도 화려하다기보다 우아하다.이것저것 각종 소품들로가득한 방을 보고 기가 질린 수야가 머뭇거리자, 2학년이 슬쩍 수야의 등을 떠밀고는 문을재빨리 닫았다.수야가 당황하자, 화인이 안심하라는 듯 나른하게 웃으며 수야를 불렀다.“이리오렴, 아이야.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 뒤에는, 하휘안 그 아이니?”“아, 네….”“풋,따라올 줄 알았지. 그럼, 옷을 골라 볼까?”“아… 꼭… 입어야 하는 겁니까? 그냥 주방일…하면 안 될까요?”수야가 생각만 해도 민망한지 우물쭈물하자, 화인은 싱긋 웃더니 그런수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주방의 인물은 많지만, 서빙을 맡길 인물들은 적어서 말이지.후훗.”“… 하아.”“그럼, 하휘안. 너는 이만 나가 있어줘야겠구나. 옷을 갈아입는데 옆에서 빤히 보고 있으면 부끄럽지 않겠니?”화인이 수야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하휘안의 머리를슬쩍 밀며 말하자, 하휘안이 기분이 나쁜 듯 으르렁거렸다.“크르르릉… 시끄러워. 내 머리건드리지 마.”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흉흉한 기세에 움츠러들 법도 한데도, 화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생긋 웃으며 하휘안을 어린애처럼 어른다.“원래 연인에게는 가장 예쁜 모습을 보이고싶은 거지,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게 아니잖니? 자꾸 이러면 수야, 이 아이도좋아하지 않을 텐데.”화인의 입에서 나온 연인이라는 말에, 수야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하휘안 놈은 부부라고 하질 않나, 진무하는 암컷이라고 하지를 않나, 비광조는 네 것이라면빨리 따먹으라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않나, 거기다가 연인이라니… 하여간, 어쩐지 이 학교에온 이래 공식적으로 이놈과 엮인 것 같은 기분에 불쾌한 탓이다.이 녀석은 어디까지나 강아지란 말이다.하지만, 하휘안은 아랑곳 않고 고개를 돌리며 콧방귀를 뀐다.“킁.”원래 수야의말이 아니면 상관도 하지 않는 하휘안이다.하지만, 화인은 여전히 어린애를 달래듯 슬슬 하휘안을 얼렀다.“어서. 어린애처럼 구는 남자는 인기가 없단다. 수야도 네가 그 정도의 매너쯤은 지켜주는 남자라고 생각해 왔을 텐데, 이 정도도 못 견뎌서야, 남자라고 할 수 없지. 지켜주려고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이 아이에게 해를 끼칠 마음이 조금도 없단다. 그러니, 이만하고 물러나는 게 진정 사내다운 길이야.” 화인이 어르자, 하휘안이 인상을 쓰며 화인을 노려봤다가, 수야를 빤히 쳐다봤다.“수야, 나 여기 있으면 안 돼?”수야가 위험한 건 싫어, 하고 강아지 같이 순하기 그지없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본다.그러자 수야는 저도 모르게 그 애교에 넘어가 괜찮아, 라고 말하려다가, 화인이 자신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코르셋도… 가발도… 이것저것 해 보고 여성용 속옷이것저것도 해 봐야 할 텐데, 하휘안에게 그런 걸 보이고 싶다면, 나야 말리진 않으마.내 나름대로는 너를 배려해서 한 행동이었거든.”“… 안 돼, 나가.”“끄으으응….”하휘안이 급기야 애처로운 신음소리를 내며 수야를 바라보지만, 수야는 애써 외면했다.저건 다 연기다.일단 저 연기에 넘어갔다간 브레지어며 삼각팬티며 어떤 끔찍한 꼴을 보이게 될 것인가.어